Joining Quantum team
구글에 다시 입사한 지 어느덧 3년이 되어갑니다. 그동안 머신러닝 칩 (TPU)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부지런하게 시간을 보냈는데, 퇴사는 아니지만 내부에서 팀을 옮겼습니다. 바로 퀀텀 컴퓨터를 만드는 팀으로요.
최근 처음 참여했던 프로젝트에 대한 뉴스도 나왔었죠. 처음에는 SoC 인테그레이션 작업만 하다가 일의 범위가 넓어져서 나중엔 SoC 중 하나의 칩릿 리드 역할까지 하며 벤더 및 여러 유관 팀과의 소통을 담당하고 프로젝트 진행을 이끌어가는 역할도 맡게 되었습니다. 제 직급에서는 쉽게 하기 힘든 일이라 계속 열심히 한다면 승진도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그 일이 맞질 않더군요. 점점 코딩이나 인테그레이션보다는 미팅에서 사람들과 협의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이슈 관리에 쏟는 시간이 많아져서 나중에는 제가 PM인지 디자인 엔지니어인지 알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러면서 많이 배웠죠. 디자인만 해와서 그 이외의 것을 많이 알지는 못했는데, 왜 위에서 이해가 안 가는 결정들이 내려졌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도 있었고, 다른 일을 하는 주변 팀과도 많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좀 더 큰 그림으로 볼 수 있게 해 주었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값진 배움과는 별개로, 저는 점점 지쳐갔습니다. 천성이 내성적이라 그런지 사람을 상대하고 이끌어 가는 게 매우 큰 스트레스였습니다. 그래서 작년 하반기부터 다른 직책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좀 더 테크니컬한 일을 할 수 있는 직책으로요. 구글딥마인드도 알아보고, 내부의 IP 팀도 알아보고 구글 밖 회사도 알아보았습니다. 급하게 옮길 필요는 없으니 그냥 '되면 좋고 아니면 일 계속하지'란 심정이었습니다.
그러다 기회가 되어 퀀텀팀에 지원을 하게 되었고, 저를 좋게 봐 주어서 디지털 연구원 직책으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구글 퀀텀 AI 연구소의 냉동기(Refrigerator) (출처: Google)
퀀텀 컴퓨터는 대학원 시절 Quantum Arithmetic 논문 한두 개 본 적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팀을 옮긴 후 완전 백지상태라 논문과 문서에 파묻혀서 지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팀원이 산타바바라에 있어서 얼마 전 퀀텀 본사에도 다녀왔고 실제로 퀀텀컴퓨터를 볼 기회도 있었네요.
위 사진은 구글 사이트에서 가져온 사진인데, 이걸 실제로 보니 신기하더군요. 새로운 것을 배우며 요구사항에 맞춰 하드웨어를 디자인하는 것이 매우 즐겁습니다. 상용화가 근시일 내에 가능할 지 아닐지는 알 수는 없지만, 팀 전체가 한 뜻이 되어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그냥 요구사항에 맞춰서 데이터패스 설계하고 제어 FSM 설계하는 것이 대부분이라 그다지 특별한 지식이 필요하진 않았는데, 퀀텀컴퓨터는 아직 정답이란 게 없는 분야라, 물리학자의 언어로 된 양자 제어 알고리즘을 디지털 회로로 번역해 내야 하기에, 많은 논문에 많은 수식에 혼이 빠져나갈 지경이긴 합니다. 대학원 이후로 간만에 수식과 싸움하고 있네요.
머리는 지끈거리지만,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에서 다시 순수한 엔지니어링과 마주하고 있어 매일이 새롭고 즐겁습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또 어떤 재미난 것들을 배우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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