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펐던 도쿄 여행

January 15, 2012

Summary

  • 기간 : 5박 6일, 9월
  • 여행비용 : 80만원(항공권 40, 준비 5, 여행 35)
  • 일정 : 1(한국 -> 일본), 2(GRE시험), 3(신주쿠, 간다), 4(이다바시,마루노우치,도쿄타워,록폰기), 5(우에노, 긴자, 지우가오카), 6(닌교초, 일본 ->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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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yo Tower

지금은 2009년 3월, 이제서야 도쿄 여행기를 쓰려고 마음먹었다. 사실 지금 시작하는 것도 언제까지 쓸 수 있을지 기약을 할 수 없다. 그냥 쓰고 싶을 때, 시간이 남을 때 쓸 것 같다. 이 여행기가 어떤 정보나 기록을 담지는 않을 것 같다. 그저 내 느낌, 생각, 그리고 지금 돌이켜보는 후회 등을 담을 것 같다.

도쿄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가 가게되었다. 처음 목적은 GRE 시험을 보러 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비행기표도 미리 끊어놓고 있었다. 그러나 국내 대학원에 합격을 하게되면서 국내로 진학하고자 마음먹고 비행기표를 취소하려했다. 그런데 싼 비행기표를 구한 탓인지 환불 불가라는 답변을 받았다. 안가려고 학원도 두번째 달은 신청도 해놓지 않았다.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결국 그냥 졸업여행한다는 셈 치고 다녀오기로 했다.

이렇게 엉겁결에 가게된 도쿄라 여행정보는 서점에서 산 책 달랑 한 권이었다. 정말 아무런 정보없이 도쿄에 떨어진 기분이었다. 아는사람은 같이 시험보러 간 형 한명뿐이고 그나마 그 형도 다음날 시험보고나면 돌아올 때 까지 만나지 못할 상황이었다.

그래도 이런 나에게 목표는 두가지 있었다. 첫번째는 바로 “도쿄타워”를 보는 것이 목표였다. 조금은 막장영화인 “도쿄타워”(이 영화제목으로 두가지 영화가 있는데 두개는 완전히 딴판인 영화다. 난 막장 도쿄타워를 말한다) 에 나왔던 그 타워 모습을 내 눈으로 보고싶었다. 예전 유럽을 여행할 때도 그랬다. 그때도 난 체르마트와 프라하 성만 보면 만족했었다.

두번째 목표는 사진에 관해 나만의 생각을 정립하는 것이었다. 내 사진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 그냥 잔기술만 늘었을 뿐, 내용에 있어서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여행을 하면서 그 지역의 일상을 담는것을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제대로 그 삶을 담은적은 없다. 내부에서 바라보지않고 항상 여행자의 입장에서 셔터를 열어왔다.

지금 돌이켜 보면, 처음의 목적은 달성하기 쉬운 것이라 맨 위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도쿄타워를 실컷 보고왔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가까이서 보고 멀리서도 보았다. 그러나 두번째 목표는 다시 봐도 아직도 이루지 못한 것 같다. 나에게 글쓰기 만큼이나 어려운 사진쓰기라는 단어를 지우지 못했다.

Gayabacho

도쿄는 나를 비와 함께 맞아주었다. 당장 다음날이 시험이라고 우울해있던 내 모습을 반영하는 것처럼 진득한 어둠과 비로 나를 맞아주었다. 첫날은 같이 간 형과 비지니스 호텔(호텔 빌라폰테인 가야바초)에서 머물렀다. 방에는 작은 침대와 조그만 화장실, 그 외에 불필요한 요소는 최대한 배제한 간결함으로 가득 채워진 비지니스 호텔이었다.

이런 간결한 모습은 도쿄를 벗어나는 동안 계속 느낄 수 있었다. 극도로 효율을 추구하는 삶, 그리고 무엇인가 모를 삭막함. 마치 내가 외국인으로 서울 한복판에 떨어진 느낌, 그것을 가정했을때와 다를 바 없었다. 내겐 여행하는 6일 내내 “도쿄 = 서울”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어느 라멘집에서..

이들은 왜 이곳에서 살아가고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것일까? 난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사실 난 내가 왜 살아가는지 그 이유도 찾지 못했다. 그것도 모르는데 남을 이해하려 한다는건 더 불가능한 일일것이다.

교차로에 대하는 우리의 자세

그때 나에겐 여유가 없었다. 시간적인 여유 뿐만이 아니라 정신적, 그리고 금전적인 여유도 없었다. 그래서 더욱 사진같지 않은 사진들이 나왔던 것일 수도 있다. 내가 내 모습 그대로 편하게 바라보았다면 그런 내 마음을 반영하는 사진들이 나왔을 것이다. 가져간 TC-1은 나에게 전혀 부족한 카메라가 아니였다. 그러나 내 마음이 부족해서 결국 여행 다녀와서 얼마지나지 않아 D40을 사면서 팔게되었다.

비와 자전거

여유란 것이 여행에는 참으로 중요한 것이다. 많은 것을 보기위해 여행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여행이란 내 생각을 정리하고 다듬는 과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쉼”, 또는 “여유”는 중요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도쿄에서는 그러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지질 못했다. 보기 바쁘고 걷기 바뻤다.

신사의 입구

이런 여행은 내 본질을 바꿀 수 없는 여행이다. 결국 80만원의 돈을 쏟아부어 남들에게 이야기할 꺼리 하나를 더 추가한것 외에 무슨 이득이 있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