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렌트 갱신

April 13, 2015

17 Miles

이 곳 실리콘벨리가 심상치 않습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7억에 매물로 나온 집이 9억 이상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오픈하우스에 가 보면 구경을 하는 사람들이 집에 가득 차 있습니다. 작년에 보았던 외곽의 (Pleasanton) 타운하우스도 1년만에 1억 이상이 올랐습니다.

미국의 타 지역은 돈이 돌지 않아서 집 값이 여전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터지기 직전 가격에 가지도 못했다는데, 이곳 실리콘 벨리는 이미 그 때의 가격을 넘어서 20% 이상이 올랐습니다. 10억이 넘는 집을 현찰로 사는 사람들도 종종 보일 정도로 돈이 넘쳐나는 것이 보입니다.

올해도 비이민 비자 (H-1b)는 처음 5일만에 접수가 마감되고 경쟁률이 5:1에 이를 것이라는 소문도 들립니다. 그 중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지역이 이곳 캘리포니아, 그 중에서도 실리콘 벨리입니다. 그만큼 유입 인구가 많다는 말이지요.

실리콘 벨리는 주변이 산으로 둘러쌓여 있어서 LA나 Detroit 같이 무한정 집을 늘릴 수 없는 지형이라, 새로 지어지는 집의 숫자도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집의 증가는 더딘데 유입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결국은 집값, 그리고 렌트비가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실리콘벨리 지형: 산으로 둘러쌓여 있습니다.

그런데 그 상승폭이 엄청난 것 같네요. 작년 봄 렌트비의 상승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올해는 꽤 많이 올랐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는 10% 올랐는데 이게 얼마전까지 상승 한계 값이었고, 주변의 다른 아파트는 20%가 올랐다는 말도 들립니다.

근 삼백만원을 내고 살려니 엄두가 나질 않아 다른 곳으로 이사갈 생각도 해보지만, 주변 대부분의 아파트가 이 가격보다 비싸서 어디 이 가격에 받아줄 곳도 마땅찮습니다. 이미 가득찰 대로 가득 차서 다른 아파트는 삼천달러 이상을 줘도 방 2칸 아파트를 구하기 쉽지 않네요. 게다가 통근 시간이 늘어나는 건 덤이구요.

아무리 이리 재보고 저리 재보아도, 이곳 실리콘벨리에서 외벌이로 살아가는 것은 답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 어떤 용을 써봐도 렌트비 오르는 금액을 제하면 연봉 상승은 커녕 연봉이 줄어드는 것 같네요. 지내다 보면 돈이 모이고, 모은 돈으로 집을 사고, 하는 과정을 그려보려고 하지만 살아가는 것 만으로 벅찬 현실에 돈을 모아서 집을 살 Down Payment (초기 금액. 보통 20%정도를 냅니다. 다만, 대출이 62만 달러를 넘어서면 이자가 상승하므로 62만 달러를 빌린다고 하면 100만 달러 집을 사기 위해서는 38만 달러의 현금이 필요합니다) 마련하는 것 조차 불가능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학군이 좋지 않은 지역으로 눈을 돌려도 70만 달러 이상이라 저같이 모은 돈 없는 젊은 사람은 영원히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깨달을 수 밖에 없네요.

인디언 기우제처럼, 결국엔 언젠가 경제 위기가 와서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Short Sales 집은 넘쳐나고 집값이 주춤할 때가 오겠지만, 그 때 제가 살아남아 있을 거란 보장이 없으니 여전히 앞길이 훤히 보이질 않네요.

일이 아닌 생활로 인해 고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어딜 가나 집이 문제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