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tic Paris #1

January 5, 2012

센 강의 꼬마 장사꾼

2007년 05월 21일 18:00 at TGV to Paris

제네바에서 바르셀로나로 가는 오전 기차는 매진이었다. 게다가 밤기차는 침대도 아닌 좌석이 CHF 68이나 했다. 그 금액은 내게 매우크게 느껴졌다. Eurail Pass를 가지고 있는데도 터무니없이 비싼 스페인 기차들은 내 바르셀로나 행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제네바에서 Paris(파리)로 가는 TGV는 단돈 CHF 8 이었다. 결국 파리로 가는 TGV에 몸을 싣고있다.

에펠 탑에서 본 야경

이젠 마지막 여행지가 될지도 모르는 파리로 간다. 꽤 오랫동안 파리에 머물듯 하다. 그동안 피렌체에서부터 급하게 달려온것 같다. 조금은 느긋하게 돌아보자. 파리에서 런던가는 Eurosta는 Eurail Pass 가 만료가 되니 꽤 비쌀 듯 하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비행기를 탈 수 있는지 알아봐야 겠다.

센 강의 거리

파리는 어떤 곳일까? 나에게 파리하면 떠오르는 것은 에펠탑 밖에 없을 정도로 파리, 그리고 프랑스에 대한 지식이 없다. 아.. “봉주르” “살류” “꼬모사바” 등 몇가지 불어는 안다. (갑자기 퀘벡 친구들이 고맙게 생각되네.. ) 하지만 이정도로는 파리를 느끼는건 쉽지 않겠지. 남들과 똑같이 관광만 하다가 돌아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남들이 보지못하는 곳을보고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끼려고 노력하자.

2007년 05월 22일 12:45 at Notre-dame de Chartres

샤르트르의 노틀담 대성당에 앉아있다. 노틀담은 몽레알(Montreal, 몬트리올 in Canada)에만 있는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노틀담 의 뜻이 성모 마리아였다. 성모 마리아 성당은 유럽에 한 100개는 있는 것 같다. 아무튼 Notre-dame de Chartres에 왔다.

스테인드 글라스를 이루고 있는 셀 수 없이 많은 유리조각들은 자신을 뽐내지 않고 주변의 수많은 유리조각과 합하여 마치 교향곡같은 아름다운 빛의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낸다. 빛으로 만들어 내는 소리는 이 성당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것은 불꽃놀이 같기도 하며 파이프오르간과 어우러지는 성가대의 합창같기도 하고, 천국에 울리는 나팔소리 같기도 하다. 주님의 성당을 최대한 아름답게 (내 생각에는 천국을 묘사한 것 같다) 만들기 위한 옛사람의 노력이 느껴진다. 특히나 정면에 있는 성모의 창(Notre-dame de la Bell Verriere)은 최고다.

2007년 05월 23일 16:15 at Pont Neuf in Paris

센 강의 무심한 장사꾼

루브르 박물관은 생각만큼 매우 크지는 않았지만 볼거리는 정말 많았다. Audio Guide도 구해서 아이팟에 넣고 들으면서 돌아다녔다. 그러나 역시 박물관은 나에겐 영 ~ 아니란 말씀! 이곳 이네스 민박에 같이 머무는 여성 한분은 파리의 박물관만 보려고 왔다는데, 게다가 루브르만 3일째 본다는데 난 도저히 그런 체질이 아니다. 일단 걷고 일단 보고 일단 느끼는게 나에겐 가장 멋진 여행이다. 박물관의 “아는만큼 보인다” 가 정확하게 적용된다고나 할까.. 결국 오르세(Orsay)는 안가는게 나을듯 하다.

2007년 05월 24일 23:00 at Ines in Paris

샹띠이 성 앞에서

샹띠이(Chantilly) 의 샹띠이 성(Châteu du Chantilly) 에 다녀왔다. 성 자체도 멋지고 마을도 멋진 곳이었지만, 오늘 여행에서 가장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누렁이와 깜둥이다.

샹띠이에서 성을 보고 난 후 성 옆에 있는 숲을 걷고 있었다. 정갈하게 뻗어있는 숲길과 5월의 나무로 가득 차 있는 그 곳은 그동안의 여행의 피로를 날려버릴만큼 상쾌했다. 파리에서 만난 같은 고향 사람과 그 숲을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앞에서 개 두마리가 숲에서 뛰쳐나왔다. 사람도 거의 찾아보기 힘든 숲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놀랐는데 개를 보고 더욱 놀랐다. 흡사 정신줄을 놓은 개 마냥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 침을 질질 흘리는 모습이란, 한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경험이었다. 이거 한마리 당해내기도 벅찬데 두마리가 20여미터 바깥에서 길 가운데에 가만히 앉아 우리를 응시하고 있으니 이게 우리랑 싸우자는 건지 아니면 이 길로 오면 안된다고 경고하는 건지 구별이 안갔다.

샹띠이 숲

결국 슬금슬금 우리 갈길을 가기로 마음먹었는데 그 녀석들은 우리 주변을 뱅글뱅글 돌면서 떠나질 않았다. 누구에게 도움도 청하기도 힘든 환경에서 결국 물테면 물어봐라 하고 숲 밖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렇게 걸어가면서 그 녀석들이 말을 잘 듣는 머리좋은 개라는 것도 알았고 험악한 얼굴과는 다르게 순딩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대로 숲을 빠져나왔는데도 계속 따라와서 결국 경찰서까지 같이 걸어갔다. 경찰서에서 안되는 영어로 이야기하고 나오는데 쫓아오는 그 녀석들에게 정까지 들어버렸다. :)

이제 여행이 7일 남았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일들을 겪었다. 사람들과의 부대낌이 여행의 묘미이다. 결국 어울림이 다른 모든것을 아름답게, 또는 불행하게 만든다. 같은 숙소라고 해도 주위사람들이 유쾌하고 재미있으면 조금 불편할 지라도 즐거운 만남이 되는 반면,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면 그 기억은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이 되어버린다.

여행의 마지막 순간이 되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될 것 같다. 그러나 그 때는 이미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이 되어버리겠지. 그리고 나는 끝없는 후회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