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tic Paris #3

January 5, 2012

센 강의 고서점 거리

2007년 05월 26일 13:35 at Shakespeare & Company in Paris

Before Sunset 이야기의 시작점에 앉아있다. 영화에서 보던 이곳에 서 있노라니 주인공들이 쉼없이 떠들던 그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영화의 화면에서는 골목길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세느강 바로 옆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쉼없이 분주하게 돌아간다. 이제 그들이 이야기하며 걸었던 길 따라 걸어보자. (그런데 처음 들어간 골목 다음부터는 생각이 안난다… )

파리의 거리

동일 15:00 at 5th District in Paris

결국 못찾아서 무작정 골목길 구경도 하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5구 중앙에 와있다. 민박집에 같이 머무는 ’장규’씨가 말한대로 5구,6구에는 참 아름다운 건물들이 모여있다. 초입에서부터 느껴지는 오래된 건물의 향기는 프라하의 그것과 똑같다. 그때도 정신없이 그 건물들 사이를 걸었다. 오늘도 이 아름다운 건물들 사이를 걸었다. 같은 행동이지만 그때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어제 갔었던 19구의 체취가 남아서일까?

룩셈부르크 공원의 아이들

동일 17:00 at Luxemburg Park in Paris

룩셈부르크, 이곳에 앉아서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느낀다. 똑같은 공원의 배경위에 사람들은 움직이고 흐름을 만들어 낸다. 많은 가족들이 함께 나와 아이와 함께 분수에 모형 요트를 띄운다. 아이는 요트의 방향을 바꾸기도하고 멈춰버린 요트가 힘차게 나아가도록 뒤에서 밀어주기도 한다. 연인들은 분수를 둘러싸고있는 의자에 앉거나 풀밭에 눕는다. 서로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키스한다. 껴앉는다. 남자들은 가벼운 주제로 웃으며 이야기 한다. 혼자 온 이들은 사진을 찍고 주변을 둘러본다.

룩셈부르크 공원

나는 이 모든 이들을 바라본다. 소설의 3인칭 시점처럼 바라보며 시간이 모두에게 흐르는 것을 느낀다. 이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을 느낀다. 그 순간 이어폰에서 Before Sunrise 의 OST 가 흘러 나온다. 나는 평화롭다. 이 순간 그 어떤 생각도 끼어들 수 없다. 내 모습을 버리고 철저히 객관적인 눈으로 모든 것을 바라본다. 그리고 지긋이 셔터를 누른다. 바라보는 모습 그대로 필름에 담긴다.

룩셈부르크 공원 풍경 룩셈부르크 공원 풍경 룩셈부르크 공원 풍경

만족한다. 내가 원한 사진은 이런 사진이었다. 그냥 삶의 모습 그대로를 담아내는 사진을 원했다. 내 사상이 정립되지 않았는데 나의 생각이 들어간다면 쓸모 없는 사진만 나올 뿐이다. 보이는 그대로를, 그리고 그 순간을 담아야한다. 오늘은 겨우 한장이지만 그런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룩셈부르크 공원 풍경

동일 21:20 at Ines in Paris

내 여행은 실패한 것일까? 성공한 것일까?

일반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나는 박물관은 끔직히도 싫어했고 간 곳은 루브르 하나. 그리고 도시를 지나치면서 시간이 충분했지만 남들이 다 가보는 곳을 모두 간 것도 아니였다. 여행이 끝나고 나면 남들에게 보여줄 건물과 내가 함께 담긴 사진은 더우기 없다. 남들은 이런 나를 보고 “여행을 하긴 한거야?”라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내가 여행을 하는지 아니면 생각속에서 산책을 하고있는지 모르겠다.

센 강

나의 입장에서는 난 이 모든 여행을 만족하고 있다. 비록 좀 더 대담하게 다가가지 못했고 동화되지 못했지만 담고 싶은 것을 속에 담았다. 주관적으로 보자면 성공적인 여행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