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공과금

March 28, 2019

오늘 수도 요금 인상 통지를 받고 열이 받아서 하소연을 하려합니다.

이곳 캘리포니아, 특히 실리콘벨리에서 살아가려면 엄청난 물가를 감당해야 합니다. 그건 이곳에 지내는 모두 꾸준히 말하고 있죠. 이 비싼 물가에는 렌트비, 집값, 비싼 식자재, 공과금 등 거의 전반적인 부분에 영향을 끼치죠.

이걸 사람들이 보통 캘리포니아 기후세 라고 부르더군요. 일년내내 너무 더운날도 거의 없고, 너무 추운날도 드물고, 겨울 우기를 제외하면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 지속되는 날씨죠. 그 모든것이 거의 완벽에 가깝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그로 인해 인건비를 포함해 모든 물가가 미국 다른 지역과 비교해서 매우 높은 편입니다. 이게 세금처럼 느껴지는거죠. 날씨가 좋은 것에 대한 대가라고 할까요?

그런데, 지난 5년을 살펴보면, 그 정도가 너무 심해지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렌트비, 집값

주거에 관해서 볼까요?

Case-Shiller Home Price Index

위의 도표는 2000년 주택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한 상대적인 집값을 나타낸 도표입니다. 2007년까지 주택 시장이 버블이 끼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터지기 전까지 주택 가격은 거의 2.5배가 뛰었습니다. 그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터졌죠.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빅숏이란 영화에서 아주 적나라하게 잘 보여주고 있으니 그 영화를 보길 추천합니다. 재미도 있어요.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터지면서 이 베이지역도 정리해고가 속출하고, 더이상 주택담보대출 금액을 갚을 여력이 없어지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주택 가격이 빠르게 떨어졌네요. 거의 2000년도 가격으로 돌아갔으니 고점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진거죠. 이 이후 2012년까지 주춤하다 그 이후 경기가 좋아지고 사람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집값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2012년도에 집사신 분들이 제일 부러워요)

그 이후, 중간 집값은 그래프가 보여주듯이 2007년 고점을 이미 한참 벗어났습니다. 그 중 가장 심하게 오른 두 지역이, 산타클라라 카운티와 샌프란시스코 카운티입니다. 제가 느끼기론 2007년 고점 대비 50% 이상 오른것으로 느껴집니다. 쿠퍼티노 시의 경우에는 두배 가까이 올랐다고 생각이 되네요.

집값이 오르면 완벽한 상관관계는 아니지만 렌트비도 오르게 됩니다. 사람이 몰리고 집 짓는 속도가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하지 못하니 렌트비와 집값이 덩달아 오르죠. 제가 미국에 처음 왔던 2014년에는 2베드 아파트 렌트비가 2500달러/월 이었는데 지금은 3500달러/월이 넘는게 보통이고, 단독주택의 경우 3천불 근처이던 주택이 4천불 근처정도이고 3500달러였던 주택은 요즘 시세로 4500달러는 줘야하더군요.

물가, 공과금

주택 지출이 늘어나니 자연스레 다른 물가도 상승합니다. 임금을 더 줘야 이런 주택 비용을 감당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음식점 한끼 가격부터 마트의 물건값, 커피 등 모든 물가가 전반적으로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공과금 (전기료, 수도료)도 예외는 아니였죠.

게다가 물값은 지난 3년간의 가뭄으로 인해 가파르게 상승했어요. 가뭄으로 물 사용을 줄이고자 요금을 매우 올렸죠. 여기서는 물값을 1 CCF (Centenial Cubic Feet) 단위로 매기는데, 1 CCF가 3달러 근처이다가 최근엔 5달러까지 올랐네요. 두달에 한 번 물값을 내는데, 잔디에 사용하는 물을 빼고 보통 10CCF 정도를 사용합니다. 거기에 기본요금을 고려하면 90불 내외 정도죠. 이게 금액이 올라서 이젠 125달러 정도가 되었네요.

여기서 좀 황당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물값이 올라서 사람들이 물을 적게 사용하니, 수도 회사 (공기업이 아닙니다)의 수익성이 악화됩니다. 고쳐야 할 수도관은 많은데 수익이 줄으니, 결국 내놓은 대책이 물값을 더 올리는 것으로 귀결되네요. 이제 요금을 올리면서 하는 말이, 물 사용이 줄어서 수익성이 악화되었으므로 수익보전을 위해 물값을 올리겠다는 조금은 황당한 말로 올해 물값이 대폭 올랐네요. 말로는 물값이 줄어들고 기본요금이 60% 올라서 별반 차이 안난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 거의 10% 가까이 올랐다고 느껴지네요.

한국에서 물값으로 만원 이만원 내다가 여기서 물값으로 한 여름에 잔디가 물을 많이 먹기 시작할 때에는 두달에 30만원을 내니 좀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그 와중에 물값을 더 올린다고 하니 이젠 잔디를 죽여야 하나… 란 생각까지 드네요.

전기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슬금슬금 올라서 이제 1kW당 300원 수준이 되었습니다. 한달에 보통 10만원정도 전기료가 나오네요. 결국 못버티고 집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태양광 패널은 단가가 계속 내려가고 전기료는 끝을 모르고 치솟으니 본전을 뽑는데 7년이 채 안걸린다는 계산이 나오더군요.

결론

이래저래 불평만 잔뜩 늘어놓았는데, 이곳에 살면서 몇 안되는 단점중 하나인것 같네요. 감내하면서 살아야지 하는데, 한달에 수도료, 전기료해서 30만원이 훅 빠져나갈때면 좀 허탈하기도합니다. 이런때에 요금 올린다고 우편을 받으니 어디 대놓고 시위라고 해야 하는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