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nning-Kruger Effect

May 19, 2020

재택 근무 52일차

지금 회사에 입사해서 첫날, 아직 신입사원 교육이 이주간 진행되어야 할 상황에, 메니저가 얼굴 한번 보자고 연락을 했었죠. 그 전까진 메니저가 누군지 모르다가 처음 보았는데, 제 인터뷰에서 점심 인터뷰를 한 사람이 메니져더군요.

그 메니저가 앞으로 진행될 프로젝트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해 주면서 보여준 그림이 하나 있었는데, 그게 아래의 Dunning-Kruger Effect 였습니다. 정확하게 아래 그림은 아니였고 약간 변형된 그림이었죠. X 축이 시간인 그래프였는데, 본질은 비슷했습니다. 구글에 워낙 뛰어난 사람이 많으니 Imposter Syndrome 을 겪을 확률이 많다고, 내가 제일 일 못하고, 안좋은 점만 보이게 되는 그런 상황이 지나고 나면 어느정도 원래의 실력이 나온다고 하는 말이었습니다.

원래의 Dunning-Kruger Effect는 X축이 시간이 아니라 Competence, 경쟁력, 즉 실력입니다. 실력이 늘어날 수록 변화하는 “분야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그래프죠. 처음 수박 겉핥기식으로 해당 분야에 대해 알았을 때, 우물 안 개구리처럼 모든 것을 다 아는 줄 착각하고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때가 있죠. 그러다 일 잘하는 동료를 만나게 되고 (아니면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았던 동료가 실상은 그 협소한 부분을 제외하고 정말 잘 아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거나) 선배들이 메니징에서 벗어나 시간이 있을 때 숨은 실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면서 점점 자신감을 잃게 되죠. 회의에 들어가면 같은 분야의 사람들인데 내가 하나도 모르는 이야기들만 하고 있고, 그 안에서 꿀먹은 벙어리가 되고 매일 매일 다 알고 있는 줄만 알았던 분야에 숨어있는 모르는 것이 천지라는 것을 깨닫고 아무것도 못하고 좌절하게 됩니다.

그 힘든 시간을 버텨내고 점점 더 경험이 쌓이면서 지난날 우러러보던 선배의 나이, 연차가 되었을 때, 뒤 돌아보면 자신을 그렇게 보고 있는 후배들을 보며 그제서야,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지는 않지만 후배들에게 길을 알려줄 수 있을 만큼은 알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고 합니다.

ASIC 디자인 분야에 뛰어든 저도 마찬가지 인 듯 합니다. 제 Peak of “Mount Stupid”는 전 직장에서 일했을 때 인것 같네요. ASIC 안에서도 제가 맡은 IP가 워낙에 작다보니 다른 사람들은 거의 하고 있지 않아서, 제가 제일 잘난 줄 알고 자신감이 넘쳤던 그 때가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네요.

그리곤 지금 회사에 입사해서는 메니져가 말한 것 처럼 계속 자신감은, 일에 대한 내 자신의 확신은 점점 아래로 아래로 끝없이 추락하고만 있는 듯 합니다. 한참 뒤에 들어온 동료가 일을 깔끔하게 잘 해내는 것을 보고, 기존에 팀에서 해온 엄청난 프로젝트들을 보면서 사소한 것 하나, 프리젠테이션 하나에 쩔쩔매는 저와 비교되어 점점 자존감은 하락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경험을 쌓아줄련지도 의문이 들고, 이 시간이 지난다고 과연 내가 유능한 동료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지 확신이 없네요.

문제는 이게 계속 하락세이다 보니 바닥이 어디일 지 더 두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메니져가 말한 그 바닥에서 다시 완만하게 상승하기 시작하는 변곡점이 오긴 할 지 의구심도 들고요. 임포스터 신드롬은 자신이 일을 잘 처리하는 사람이 스스로를 사기꾼이라 생각하는 것을 말하지만, 실제로 일을 잘 처리하지도 않고 자신감도 하락하고, 스스로도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하고 있으면 이건 뱁새가 황새 쫓아가며 다리가랑이를 찢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몇가지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듯 한데 대부분은 어느정도 외향적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이더군요. 그러다보니 선뜻 시도하기도 어렵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