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의 NorCal BDR (Backcountry Discovery Route) 섹션 1, 2 여행을 했습니다. 처음 계획은 섹션2 주 도로를 타고 캠핑을 하고 오는 거였는데, 바이크를 잘 타는 동생이 합류하면서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섹션2 상급코스를 타고 기간도 2박3일로 늘어났네요.
Angels Camp에서 바이크를 트럭에서 내린 후 타기 시작했습니다. Angels Camp는 시에라 산맥 서쪽 초입이라 시에라 산맥을 넘어가야 합니다. 도로로만 가도 두시간 정도 걸리는 길인데, 이번에는 흙길 + 도로를 섞어서 갔네요.
Angels Camp가 4번 도로에 있고, 108번 도로를 타고 넘어가기로 해서, 그 사이를 흙길을 타고 갔네요. Calavaras Big Tree 주립공원을 지나고 곧바로 빠지는 데, 일반적인 평탄한 파이어로드만 있는 줄 알았는데, 중간 중간 돌밭도 있고 물도 지나고 하는 등, 의외로 재미있는 시작이었습니다.
한시간 조금 넘게 흙길을 타고 108번을 통해서 시에라를 넘어갔습니다. 108번은 Pinecrest 캠핑장 근처까지만 가본 게 전부인 데, 처음으로 108번을 넘어갔네요. 길이 정말 잘 포장되어있고, 커브도 심하지 않고, 풍경이 마치 이탈리아 돌로미티 산길을 달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산을 넘어와서 Bridgeport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주유를 한 뒤 Lundy Lake 캠핑장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주변에 다른 캠핑장도 많이 있긴 한데, 최대한 산 속으로 들어간 곳에 자리 잡았습니다. 바로 코앞에 반쯤 에메랄드 빛인 호수도 있고, 샤워시설도 있고, 주변에 깎아지는 절벽이 가득한 산들도 있고 나쁘지 않은 캠핑장이었네요.
그러나 호스트 오두막 발전기가 밤새도록 돌아가서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없는 건 조금 아쉬웠습니다. 다음엔 좀 불편하더라도 주립캠핑장으로 가던지, 아니면 오지캠핑을 하던지 해야겠습니다.
주변 싱글 트랙 좀 타면서 개고생을 한 뒤 (싱글 트랙에서 바이크 돌리느라 힘들었습니다.) 와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쉬는 기분은 아마 모토캠핑의 묘미인 듯 합니다.
하이라이트는 두번째 날이었습니다. 계획한 모든 오프로드 코스가 두번째 날에 있었습니다. 이 날의 기억은 아마 멘도치노, 데스벨리, 로스트코스트의 기억을 넘어서는 경험이 된 것 같네요.
시작으로 오전에는 섹션1의 후반부인 Bodie -> Manonic Mountain 코스를 탔습니다. 주도로는 험한 길 하나 없지만, 적당히 울퉁불퉁한 길이었고, Bodie를 지난 후엔 정말 아무도 만나지 못하는 오지로 들어가서 멋진 풍경을 보여줬습니다.
Masonic 산을 오르는 길이 두곳인데, 처음 보이는 길은 경사도 심하고 모래가 많아서 미끄러운 길이더군요. 거길 올라가려다 중간에 실패하고 반대편으로 다시 올라갔습니다. 정상에서 보는 경치가 끝내주더군요. 아무도 만나지 못하는 오지의 길에서 바이크를 타는 느낌이 정말 좋았습니다.
섹션1을 타고 나면, 어제 멈췄던 Bridgeport가 나옵니다. 거기 도착하니 이번엔 늦지 않게 12시에 도착하네요. 출발을 9시정도에 했으니, 생각보다는 오래걸렸습니다. 아마 산을 오르면서 넘어지고 경치 구경하면서 시간이 생각보다는 좀 더 걸린 것 같네요.
점심을 먹고 이번 여행의 핵심, NorCal BDR 섹션 2 상급 루트를 타기 시작한 게 오후 12시 40분이었습니다. 395 도로에서 빠져서 잠깐 섹션2 주 도로를 타는데, 정말 길이 비단길이더군요. 조금 들어가면 섹션2 상급 코스로 빠지는 길이 나오고, 본격적으로 길이 험해지기 시작합니다. 주먹만한 돌이 깔려있기도 하고, 얕고 깊은 개울을 지나기도 하는 등 재밌어집니다.
조금 더 들어가면 작은 저수지가 나오고, 곧 Mt.Patterson으로 빠지는 길이 나옵니다. 이제 코스가 상급코스를 넘어서 최상급 코스 (Expert)가 됩니다. 돌 사이즈도 이제 얼굴만해지고 라인 잘못 잡으면 바로 돌 사이에 빠질만한 길인데, 경사는 15도~20도 정도 되는 길이 스위치백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언덕을 올라가다가 앞바퀴가 돌을 올라타며 튀어서 넘어지며 작은 부상을 당했습니다. 휴식이 필요했죠. 시간이 넉넉하진 않아서 전 쉬고 일행들만 Mt.Patterson에 올라갔습니다. 아쉽더군요. 좀 더 힘내면 못 올라갈 것 같지는 않았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마지막 구간은 미끄러운 자갈이라 좀 더 연습해야지만 올라갈 수 있겠더군요. 그래도 그 전까지만이라도 올라가고 싶었는데 첫번째 고개에서 돌아서게 되서 아쉬웠네요.
그렇게 아쉽게 Mt.Patterson 코스를 접고 그 다음 섹션2 상급 코스를 계속 진행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같은 상급코스인줄 알았어서, Mt.Patterson 갈림길까지 오던 길과 비슷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니더군요. 그 다음 코스는 상급코스가 아니라 Mt.Patterson 과 마찬가지인 최상급 (Expert) 코스였습니다.
바로 나오는 Cartwheel 언덕은 어떤 의미론 Mt.Patterson보다 더 험했습니다. 특히 내리막길은 좌, 우 어디 갈 곳이 보이지 않고 얼굴만한 돌이 가득한 고난이도 길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였는지, 같이간 일행이 꽤 고생했는데, 마지막 제일 험한 부분은 옆으로 샛길이 있어서, 이미 모르고 진입한 저만 고생하고 일행은 그나마 덜 고생하고 내려올 수 있었네요.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더군요. 그 다음부터 거의 7~8 마일 (12~14km)을 깊은 모래지역을 지나가야 했습니다. 이미 Cartwheel을 내려오면서 시간을 거의 세시간 이상을 썼는데, 모래지역까지 지나가자니 해지기 전까지 빠져나가긴 어려워 보였습니다. 거의 걸어가다시피해서 마을로 빠져오니 밤 9시가 되었네요.
눈부시도록 밝은 보름달 빛을 받으며 딥샌드를 벗어나고 자갈길을 벗어나 평탄한 흙길을 달려 아스팔트로 나오던 그 순간은 잊기 힘들 것 같습니다.
중간중간 일행의 BMW 750 GS바이크를 일으켜세우느라 체력을 다 써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아무도 크게 부상 당하지 않고 나올 수 있었네요. 제 실력과 390의 한계가 어느정도인지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Cartwheel정도면 지금 제 실력의 한계를 살짝 넘는 정도였던 것 같네요.
그정도 난이도를 꾸준히 연습할 수 있으면 실력이 정말 팍팍 늘것 같습니다. 주변에 돌밭이 별로 없다고 들어서 가까운곳에 비슷한 게 있는지 조금 찾아봐야할 것 같네요.
그렇게 지친 몸으로 Topaz에 가서 기절한 뒤 다음날 4번 도로를 타고 돌아왔습니다.
바이크는 적당히 망가졌습니다. 핸드가드는 바이스 없이는 펴지 못할 정도로 구부러졌습니다. 엔진가드는 스크래치가 가득하고, 엔진 케이스에도 꽤 많은 스크래치와 찍힘이 생겼습니다. 엔진 진동도 심해진 걸 봐서는 어딘가 나사가 풀렸거나 내부에 이상이 있거나 할 것 같네요.
그럼에도 이런 견적은 사소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여행이 정말 만족스러워서 바이크가 망가지더라도 크게 아쉽지는 않은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