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Need A Budget

December 20, 2016

어렸을 때 부터 가계부, 용돈 기입장은 전혀 써보질 않았었습니다. 돈이 얼마 있지도 않았지만, 있는다 해도 그저 스쳐가는 돈일 뿐, 수중에 남아있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부모님이 저에게 “넌 돈을 0으로 만드는 재주를 가졌다” 라고 하실 정도였죠.

그 당시야 수입이라고는 부모님이 주시는 용돈 정도였는데, 대학원을 가게되고 꽤 큰 돈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제 이런 습관은 돈을 모을 수 없게 만들더군요. 매달 생활비로 쓸 수 있을만큼의 돈이 들어왔는데 대학원을 마치고 보니 거의 모은 돈이 없는 걸 깨닫고는 자금 관리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Mint

미국에 와서 바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Mint.com이었습니다. 정말 유명한 웹 서비스이다보니 주변에 안쓰는 사람이 별로 없더군요.

Mint는 여러 은행 계좌나 주식계좌, 연금계좌등을 연결해서 자동으로 거래 내역을 가져옵니다. 가장 큰 장점이죠. 거래 내역을 한 곳에서 모아 볼 수 있거든요.

내 모든계좌 잔고의 총 합이 증가, 감소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서 참 유용했습니다.

하지만, 몇년을 사용했지만, 제 생활 패턴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잔고는 확인 하는데, 내가 어디에 얼마를 쓰는 지 잘 추적이 되지 않았네요. 물론 Mint가 예측을 해서 대충 추측합니다.

그 정확도가 정말 별로라서 매번 확인하고 고쳐줘야 했습니다. 그 간헐적인 작업이 꽤 거슬렸네요.

You Need A Budget

그러다 만난 게 YNAB 입니다. 작년인가부터 말은 들었는데, 유료에다가 가격도 상당($50)해서 선뜻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게, 올해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했더군요. 그리고 한달간 무료로 사용해 볼 수 있도록 해서 이참에 한번 시작해 보았습니다.

사용해 보니, 마치 옛날의 가계부를 손으로 쓰는 듯한 느낌이 들었네요. 모든 항목을 뱅킹이나 카드회사에서 가져올 수는 있지만, 위에 언급한 대로 Mint 같이 카테고리 분류가 잘 되지 않아서, 수동으로 입력하는게 오히려 더 관리하기 편했습니다.

불편하기는 Mint보다 더 불편한데, YNAB이 표방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바로, Budget (예산) 관리죠. Mint에도 예산 관리가 있지만, 그게 주된 기능은 아닙니다. 그래서 매월 예산 변경을 유연하게 하는게 좀 힘들고, 그동안 예산 내에서 사용되어지고 계획되어진 것에 대한 내용을 한 눈에 볼 수 없습니다.

YNAB은 기본 화면자체가 예산과 지출내역화면이라, 아예 이 기능을 주된 기능으로 밀고 있습니다. 예산에 대한 철학은 YNAB이 주장하는 “Give every dollar a job” 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든 수익은 “미리” 철저하게 각 항목에 계획적으로 할당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항상 항목별 가용예산을 보고, 충동적 구매를 막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엔 꽤 불편했는데, YNAB에서 제공하는 강좌를 듣고 사용해보니 괜찮아 보여서 YNAB4 를 구매했습니다. 온라인 서비스인 New YNAB은 매월 5달러를 내야하는 부담감이 있었고, 아직 Report 기능이 구현되지 않아 기능상으로 많이 제한된 것 처럼 느껴졌네요. 실제로 몇달간 써보니 Report가 꽤 유용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현금 흐름을 30일 전에 결정해서 계획적인 지출을 이끌어 낸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Age your money”라고 하는데요. 수입이 생기면 이 금액을 이번 달 수입으로 잡을 지, 다음달 수입으로 잡을 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여유가 생기면, 최종 목표는 이번달 수입은 모두 다음달 지출에 대한 예산으로 돌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다음 달에 내가 쓸 수 있는 금액이 얼마인지 결정하고, 그에 맞춰서 각 항목별로 사용하고, 남는 돈은 그 다음달로 넘기던지, 아니면 저축으로 넘기던지 해서 자산을 불려나갑니다.

이 부분이 온라인 버전에서는 Age of Money로 표시되는데, 그 날짜가 의미하는 바는 현재 사용하는 돈이 언제 들어온 수입인지를 나타냅니다. 즉, 수입 - 지출에 여유가 많이 생겨서 두달 뒤의 지출에 대해 예산을 잡고 그 예산에 맞게 사용했다면, 두달 뒤 내가 지출할 항목을 입력할 때 60 days 로 나오고 두달전의 수입에 대해 지출을 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저도 처음에는 잘 안맞았는데 몇달 사용하면서 이젠 다음달 예산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만큼 현금 흐름에 버퍼가 생겼습니다. 그 이후 목표는 6개월치 Emergency Fund를 만드는 것입니다. 산호세 물가를 고려하면 약 3만 6천~ 4만불이 필요하게 되네요. 상당히 큰 금액이라, 이만큼 Emergency Fund를 마련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지만, 현재 YNAB 을 사용하는 패턴을 보면, 적어도 마이너스로 가고 있지는 않아서 어떻게든 모아질 것 같긴 합니다.

YNAB Mobile

YNAB은 모바일 앱도 제공하는데, 온라인 버전이 아닌 앱은 이름이 “YNAB Classic” 이라고 변경되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올라와 있습니다. YNAB의 모든 기능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고, 순수히 지출 내역을 바로 바로 기입할 수 있고 남은 예산이 얼마인지 확인하는 용도로만 사용가능합니다. 만들어진 의도가, 바로바로 지출내역을 입력해서 나중에 잊어먹고 메꾸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인 것 같은데, 꽤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어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안한 점은, YNAB Classic이 이미 버려진 Dropbox API를 이용해 동기화를 하기 때문에, 언제 지원이 끊길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이미 Dropbox는 YNAB Classic이 사용하고 있는 API를 2017년에 중단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어서, 조만간 YNAB Classic을 버려야 할 지도 모르겠네요. 그 때가 되면, 아래 언급할 Financier 를 사용하게 될 지 아니면 YNAB Online을 사용하게 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Sum Up

사실 YNAB을 사용해 보면, 정말 단순하게 만들어 졌다는 걸 금방 알게 됩니다. 그래서 이 컨셉을 그대로 차용해서 온라인 버전으로 Financier 라는 웹앱도 나온 상태죠. (퀄리티는 약간 떨어집니다. 특히 모바일에서 보면 깨지는 부분이 좀 있어요)

Update: 지금 다시 Financier를 보니, 모바일에서 깨지는 부분을 해결한 것 처럼 보이네요. 다만, 여전히 모바일에서 거래 내역을 입력하는 것이 쉬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개발자가 조만간 모바일 버전을 내놓을 것이라고 하니 잠시 지켜보는 것도 좋겠네요.

Financier를 사용하던지 YNAB을 사용하던지 일단 이 두 앱에는 같은 철학이 녹아들어있기에 둘중에 어느것을 사용해도 무관하리라 생각됩니다. 단순하지만, 핵심적인 철학(컨셉)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하는 앱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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