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올해 여름, 이스턴 시에라 하이킹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Kearsarge Pass를 넘어가는 대략 20마일 정도의 트레일입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John Muir Trail을 걷는 것이지만, 처음부터 무리할 수는 없어 비교적 쉬운 코스부터 차근차근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Kearsarge Pass 트레일은 고도가 11,000피트를 넘기 때문에 고산병에 대한 대비가 필수적입니다. 고산 지대인 만큼 산행 자체의 난도도 높습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약 4년간 쉬었던 달리기를 한 달 전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4년 전에는 무작정 뛰기만 했지만, 이번에는 목표가 명확한 만큼 조금 더 체계적으로 접근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첫날은 아무런 준비 없이 예전처럼 달렸습니다. 초반에는 빠르게 뛰다가, 체력이 고갈된 후에는 뛰고 걷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2.5마일을 뛰고 나니 며칠 동안 심한 근육통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체육관에서 레그 컬을 꾸준히 했음에도, 달리기에 쓰이는 근육은 확실히 다른 듯합니다.

그 후 여러 가지를 찾아보다가 '존2(Zone 2) 훈련'이 심폐지구력 향상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존2 훈련은 목표 심박수를 여유 심박수(최대 심박수 - 안정시 심박수)의 60~70% 수준으로 유지하며 달리는 방법입니다. 운동 강도로는 대화를 나눌 수는 있지만 노래를 부르기는 힘든 정도입니다. 제 경우 최대 심박수가 184~186, 안정시 심박수가 50대 초반이므로 존2 심박수는 대략 132에서 144 사이가 됩니다.

이 범위에 맞춰 케이던스를 조절하며, 가민(Garmin) 시계가 안내하는 대로 달리기를 진행했습니다. 30분을 뛰라고 하면 30분을, 전력 질주를 하라고 하면 전력 질주를, 1시간을 뛰라고 하면 1시간을 달렸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니 체력이 붙은 것은 느껴졌지만, 명확한 비교가 쉽지 않았습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조금만 뛰어도 심박수가 치솟고, 매일의 컨디션도 달라 과연 제대로 성장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달리기 과정에서 제미나이(Gemini)의 도움도 크게 받았습니다. 가민 커넥트(Garmin Connect)의 데이터를 제미나이에게 제공하고 분석을 맡겼는데, 데이터가 누적될수록 상당히 유용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가민의 권장 훈련을 무시하고 휴식을 취하라고 조언해주거나(가민은 근육통을 예측하지 못해 전력 질주 다음 날에도 바로 달리기를 권장할 때가 있습니다), 인대 통증 완화 방법을 알려주는 등 마치 개인 코치를 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어, 가민 데이터를 직접 받아 분석하는 기능을 Antigravity 시스템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제가 원했던 것은 날씨와 무관하게 저의 성장 정도를 객관적인 수치로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가민 데이터는 환경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아 더운 날에는 퍼포먼스가 하락한 것처럼, 추운 날에는 향상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일의 기온과 습도를 반영해 심박수를 보정하고, 장거리 달리기 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생하는 퍼포먼스 저하를 보완하여, 심박수와 페이스를 종합한 최종 퍼포먼스 지수를 산출하도록 했습니다.

달리기 한 달 성장

완성된 그래프를 보니 매번 달리기는 힘들었어도 한 달 만에 분명한 성장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전력 질주 후 회복 기간에 퍼포먼스가 저하되는 흐름이나, 회복을 마친 뒤 최고점을 기록한 변화도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AI의 발전은 정말 놀랍습니다. 예전에는 구상에만 그쳤을 아이디어들을 이제는 AI의 도움으로 쉽게 구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의 소프트웨어 지식은 필요하지만, 확고한 생각만 있다면 개인이 사용할 수준의 프로토타입은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기술에 관한 이야기는 잠시 미루고, 다시 달리기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제 달리기 실력은 여전히 초보 수준입니다. 존2 기준으로 마일당 11분 20초 정도가 소요되니, 킬로미터로 환산하면 7분 5초 페이스로 꽤 느린 편입니다. 하지만 4년 전에는 2.5마일만 뛰어도 완전히 지쳤던 반면, 지금은 3마일을 숨 차지 않고 달릴 수 있습니다. 비록 예전에는 초반에 빠르게 뛰다 걷기를 반복했지만, 전체적인 평균 페이스는 지금이 오히려 더 빠릅니다.

이 페이스로 꾸준히 운동한다면, 여름 Kearsarge Pass 산행 전에는 10분 30초/마일 페이스로 3마일 정도를 편안하게 달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물론 이스턴 시에라를 등반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체력이겠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산행이 한결 수월해질 것입니다.

아직 달리기가 무척 즐거운 것은 아니지만, 체력 향상에 확실한 도움이 된다는 점을 몸소 느끼고 있어 당분간은 달리기와 뒷산 등산을 꾸준히 병행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달리기 장비 욕심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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